언젠가 또 힘들어 하고 있을지 모르는 나에게

무언 가에 몰입 하는 것은 많은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
나는 개발자로서 많은 부분에 몰입을 한다.
frontend, backend, modeling, architecture, ci/cd, infra.. 등등..
가끔 다른 역할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번 제품을 만들면서 팀과 제품에 대해서 애정이 컸던 것 같다.
그 만큼 깊게 몰입해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영역을 다루다 보니 좋든 싫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항상 눈과 귀가 열려있었다.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팀원들이 늘어나고, 제품이 커져가고, 오픈이 다가올 수록
사람들은 활기차고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감정적으로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곳곳에서 한 숨이 늘어갔고, 조금씩 웃음이 사라졌다.

사람이 많고 다양한 만큼 다양한 생각이 모인다.
가끔은 그 다름이 너무 많다보면 전체 합에서 봤을때 감당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난 작은 팀을 좋아 한다.
모두가 같이 생각하고 의사결정 할 수있을 정도의 크기..
하지만 조직의 논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지난 일 년을 뒤돌아 보았다.
난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왜 그렇게 욕심을 냈을까..
다른 사람들은 뭐 그리 대안 없는 불평 불만이 많았던 것일까?
이 곳에서 앞으로의 일년은 다를까?

물론 나의 행복은 집에 있다.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겠다거나 행복을 찾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일년을 몰입해서 지내다보니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회사에서 행복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 몰두해 본 경험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매우 서툴렀다.
일하는 방식, 가치관, 철학, 목표 가 모두 달랐다.
모두가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도..
나 역시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았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워 졌고,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답답했다.
복잡한 감정들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잃어 버린 것 같았다.

그냥 무작정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 곳에 매몰되어 있던 내 생각과 감정을 그 곳에서 떨어뜨려 놔야만 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퇴사자 들과의 만남이 되어버렸지만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고, 먼저 연락을 주시다니..
(연락하고 못 뵌 분들도 있는데, 다음에 시간을 내서 꼭 만나면 좋을 것 같다.)

스스로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일, 내 평생 처음 하는 이상한 짓이었다.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어떤 대화를 해야 할 지 며칠을 고민했다.
결국 그냥 가볍게 만나서 근황 토크만 한, 두 시간 정도씩 나눴다.

정말 다행히 퇴사한 모든 분들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다.

몇 개의 기억에 남는 말들..

남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이 너무 좋다.
내가 잘 하는 것을 하나씩 알아 가는 것에 만족한다.
힘들 때면 상황을 바꿔봄으로써 해결되는 것이 있다.
스타트업은 워라밸을 포기할 만큼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속도가 엄청나다.
내 시간을 모두 일에만 집중 할 수 있어서 좋다.
목적없이 달리는 팀에 미션을 만들어 주고 싶다.
제품에 관심을 두는 개발자는 세상에 많지 않다.
세상에 나오면 다르고 이상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고민 했을때 무엇에 집중 할 것인지 생각해 봐라
무엇을 성취할지 범위를 좁히고 집중 할 필요가 있다.
개발자로서 원래 하던 일과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삶의 만족도는 더 좋다.

많이 걸었고, 많이 움직였다. 많이 생각했다.
짧은 만남을 통해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고 싶었을 수 도 있다.
하지만,
그저 경쟁없는 가벼운 대화 속에서 스스로 편안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비워낼 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순간이 온 것이다.

행복은 달성해야 하는 목표인가?

많은 심리학자들이 말한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고.
가끔씩 오는 큰 행복보다는 자주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이 더 중요하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워 하는지 알아 했다.

난 인정 받는 욕구가 큰 사람이다.
윗 사람이 아닌, 같이 일하는 팀원으로 부터 오는 인정을 좋아한다.
도전해 볼 만한 기술을 ‘같이’ 탐험해 보거나 어떤 패러다임이나 아키텍쳐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작게 나마 한 발 먼저 내딛어 줌으로써 팀을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과정을 좋아한다.
그 과정에서 나를 인정해주고 좋아해주기를 바란다.
나로 인해 팀이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

제품을 세상에 내 놓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행복 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언제 달성 할 지모르는 행복이었다. (물론 엄청나게 큰 즐거움 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복되는 도전과 실패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와 팀을 보는 것에 더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자기인식.

감정을 이해하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 속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분명 번아웃은 아니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화가 났다.
내 코드, 내 제품, 내 팀에 하는 안 좋은 얘기들에 화가 많이 났다.
내가 집중하고 있던 많은 것들에 부정을 당하고 화가 많이 났다.
회사에서 내 삶은 그 게 전부였다.
전부가 부정 당하니 감정이 끝없이 떨어져 버린것 같다.

결론은 내가 틀렸다.
새로운 고통을 견디고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이지 못한, 내 그릇의 크기가 그정도 뿐이 었을 것 이다.
그동안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허세를 부렸을 수도 있다.
내가 뭐든 다 안다고 제멋대로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강요했을 수도 있다.

이제 내 안에서 무엇을 비워낼 지를 고민하고 결정해 나가야 할 시간이다.
문제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나아질 뿐.

실수 해도 괜찮아. 그 것 또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야.
내가 있잖아.

그래. 지금 정신 승리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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